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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앙 오지에, 랠리 역사에 이름을 새긴 프랑스의 전설
세계 랠리 챔피언십(WRC)은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극한의 조건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적인 모터스포츠다. 이 분야에서 ‘전설’이라 불릴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 출신의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는 WRC 역사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 중 하나다. 단순히 챔피언 타이틀을 다수 보유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꾸준한 퍼포먼스와 독보적인 전략,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출발점 스키에서 랠리로
세바스티앙 오지에는 1983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가프(Gap)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알프스 지역에서 스키 선수로 활동했을 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스피드’에 대한 갈망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데서 짜릿함을 느낀 그는 2005년 프랑스 랠리 페더레이션이 운영하는 젊은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랠리 경력을 시작했다.
그의 첫 공식 경력은 2008년 주니어 WRC 챔피언십이었다.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드라이빙 감각과 전략적인 판단력으로 그 해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며 주목받았다.
세바스티앙 로엡의 뒤를 이은 이름
2000년대 WRC를 지배한 인물은 단연 세바스티앙 로엡(Sébastien Loeb)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지에는 로엡과 같은 프랑스 출신에 세바스티앙이라는 이름까지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후계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관계는 단순한 계승이 아니었다. 오지에는 로엡과 팀 동료로 함께 시트로엥 팀에서 활동하던 시절, 점차 성장하며 로엡의 경쟁자가 되어갔다. 결국 2011년, 팀 내에서의 긴장감은 정점을 찍었고, 오지에는 시트로엥을 떠나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팀으로 이적했다. 이 선택은 그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폭스바겐과 함께한 황금기
오지에는 2013년부터 폭스바겐 폴로 R WRC 차량과 함께 랠리 무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폭스바겐과 함께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WRC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정교한 차량 세팅과 오지에의 디테일한 노면 분석력, 그리고 냉정한 판단력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당시 그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일관성’이었다. 빠르기만 한 드라이버는 많지만, 오지에는 모든 대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지속하는 희소한 유형이었다. 그가 한 시즌에 세운 포디움 횟수는 항상 상위권에 있었고, 시즌 포인트에서도 늘 경쟁자보다 한발 앞섰다.
팀을 바꾸고도 이어진 성공
폭스바겐이 2016년을 끝으로 WRC에서 철수하면서, 많은 이들은 오지에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M-스포트 포드 팀으로 이적해 다시 한 번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비판을 잠재웠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타이틀을 지키며, 그는 '차량의 성능에 기대지 않는 선수'라는 인식을 확고히 했다.
이후 시트로엥으로 복귀한 그는 2019년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지만, 2020년 토요타 팀으로 다시 이적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코로나19로 축소된 시즌이었지만, 오지에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포인트를 쌓아가며 또 한 번의 WRC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는 그의 7번째 타이틀이었다.
2021년에도 그는 챔피언 자리를 지켜내며 통산 8번째 WRC 챔피언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는 로엡(9회)에 이어 WRC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타이틀이다.
오지에의 드라이빙 스타일
그의 드라이빙 스타일은 안정적이면서도 계산된 리스크를 감수하는 점이 특징이다. 그는 “무모한 과속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코스에 따라 타이어 마모, 연료 사용량, 코 드라이버와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오지에와 오랜 시간 함께한 코 드라이버 줄리앙 잉그라시아(Julien Ingrassia)와의 호흡은 찰떡궁합으로 유명하다.
인간 세바스티앙 오지에
오지에는 트랙 밖에서도 겸손하고 소탈한 태도로 팬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다.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일상에서는 조용하고 사려 깊은 모습으로 인터뷰나 팬미팅에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자주 보인다. 그는 환경 보호 활동과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풀타임 출전에서 물러나 파트타임으로 몇몇 라운드에만 참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새로운 세대 드라이버들의 기준이 되고 있다.
살아있는 전설
세바스티앙 오지에는 단순히 많은 타이틀을 가진 드라이버가 아니라, 시대를 바꾼 선수다. 여러 팀에서의 성공, 극한의 조건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강인한 멘탈, 그리고 항상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자세는 그를 ‘살아있는 전설’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WRC 팬들에게 있어 오지에는 한 시대의 상징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랠리의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그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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